지난 1편에서 그냥 물 흐르듯이 기간을 쭉 나열해 보았다. 2편에서는 진짜 내가 체감한 부분을 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의 취업 준비 기간을 보아왔고, 그들이 겪는 심정을 어떤지 조금이나마 체감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발자의 취준과 타 직군의 취준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모든 취업 준비생들의 심정은 다들 비슷할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경험한 개발자 직군의 취준, 그중에서도 프론트엔드 직군 취준을 하며 체감했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오늘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취업이라는 늪에 빠져 본인의 색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 📄 무한굴레 이력서
어떤 이력서가 좋은 이력서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이력서는 가장 어려웠다. 구글에 개발자 이력서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글들이 나오고 실제로 그 예시까지 상세히 공개된 이력서가 많다. 신입부터 경력직까지 그리고 본인의 커리어에서 쭉 사용한 이력서까지 정말 많은 바리에이션이 있다.
그런 예시들을 보며 나도 괜찮은 이력서를 만들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상은 혼란 그 자체였다.
- 경험을 세세히 강조해라. vs 짧고 간결하게 요약해라.
- 프론트엔드 이력서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vs 디자이너가 아니다 텍스트로 승부해라.
- 기술 스택을 나열해 둬라. vs 프로젝트에 자연스레 녹여내라.
- 개성 있게 해라. vs 무난한 게 최고다.
처음 이력서를 쓰는 입장에선 정말 헷갈린다. 실제로 합격한 이력서를 보면 짧아도 합격했네 싶은 게 있고, 너무 길지 않나 싶은데도 합격한 이력서가 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나의 이력서 흐름은 3장 -> 2장 -> 2장 -> 2장 -> 3장 -> 2장으로 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정답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 실제로 이력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력서 확인은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사람이라는 객체는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내 이력서는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자유분방하다는 개발에도 어느 정도 해결방향이나 정답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력서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랠릿은 보다시피 약 70번 새로운 파일을 받았을 만큼 많이 고쳤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8월 이후에도 이력서를 꾸준히 교체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비록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게 되지만, 그런 경험이 쓸모없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력서에 대한 고민은 곧 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내가 개발자로서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꽤 많이 고민하다 보니 개인적인 결론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신입들의 기본 실력이 매우 출중한 요즘 시기에는 본인만의 특색 있는 강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최종 이력서 특색은 `개발 기본기를 갖춘 문서화 기반 커뮤니케이션 개발자`이었다.
🤔📂 이력서가 있는데 포트폴리오가 필요할까?
이 부분 역시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내리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귀찮음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작성해라.`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는 이력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력서는 '나 이런 거 했으니까 회사랑 맞을 거예요.', '나한테 이런 거 질문해 주시면 내가 했던 거니까 잘 답변할 수 있어요.' 라면 포트폴리오는 조금 더 자세하게 보면 ~ 하고 설명하는 느낌인 것 같다.
나는 포트폴리오에 내가 작성한 코드 일부도 삽입했고, 프로젝트에서 구현한 화면에 대한 스크린 샷도 많이 넣었다. 이력서에서 그런 부분을 세세하게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미지를 함께 첨부하고 글으로 설명하니 이력서에서 추상적으로 설명한 것들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 면접에서도 포트폴리오 기반 면접이 나왔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포트폴리오를 함께 첨부했을 때의 합격률이 더 높았다. 물론 이 부분은 체감상 그럴 수 있다.
👨💻 이력서를 말해야 하는 시간, 면접
앞선 서류 단계를 통과해도 면접이 남아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을까.
면접은 꽤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긴장도 많이 되고 자주 접하는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상태는 평소에 편하게 말하는 지식들도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 말을 더듬거나 문장구조를 이상하게 표현하게 만들곤 한다.
그런 상태에서 취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보니 면접의 부담감으로 인해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팩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이 준비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숙지는 기본이다. 다만, 문제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깊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나 역시도 완벽하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숙지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면접을 복기하고 보완하고 내 이력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틀을 늘리려고 했다. 그럼에도 면접에 갈 때마다 막히는 파트가 꽤 있었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에 마인드컨트롤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면접에 들어가기 전 아래 노래를 반복 재생하면서 마인드컨트롤 했다. 이 노래의 시작점에서 울리는 함성소리가 심리적으로 나에게 좋았고 노래 제목도 전설은 죽지 않는다이니..
물론 나의 경우에는 그랬고,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본인만의 마인드컨트롤을 꼭 하기를 바란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과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부분이지만 면접도 많이 가볼수록, 많이 연습할수록 그 실력이 늘어난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특히 같이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질문 리스트를 공유하고, 모의 면접을 반드시 해보길 추천한다. 가장 빠르게 면접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같이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chatgpt 역시 그 한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 취준生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이지 않을까. 취준생 기간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약 20개월의 취준생 기간을 겪었다.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 주변인들에게 걸려있는 기대, 개인의 성공 등등 꽤나 압박감을 받았다. 이러한 압박감 자체도 굉장히 큰 스트레스여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없었다.
그래도 취준 초반 기간에는 학교라도 다녔고, 직후 바로 부트캠프를 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었다. 그 정도 활동으로도 나름 규칙적인 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삶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올해 취준을 해봤던 혹은 하고 있는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시장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수많은 불합격 연락을 받다 보니 멘탈케어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다음 탈락 메일을 받았다. 그런 것들이 연쇄적으로 쌓이다 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들었고 낮이고 밤이고 구분 없이 공부를 하려고 시도했다. 오죽하면 일일 50 커밋이란 소리를 했겠는가
하지만 그런 태도는 내게 더 자주 밤낮이 바뀌고, 더 잠을 못자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몸도 안 좋아지고 불안이 몰려들었고 그런 불안들은 곧 무기력함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공부도 잘 되지 않았고, 평소와는 달라진 모습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타나곤 했다. 역시나 이 기간에 봤던 면접은 광탈이였다.
어느 새부터 나는 쾌활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색을 잃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인지하고 나서는 정상화를 위해서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새로운 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글또 활동도 시작하고 다시 면접 준비와 이력서 준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외부에 많이 나가려고 했다. 집에만 있으니 무기력함이 몰려오는 것 같아서 외부에서 작업을 많이 했다. 집 앞에 스타벅스가 생겨서 참 좋았다.
신체 활동과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썼다. 오랜만에 산도 타고, 통장 사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먹는 것도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정말 운 좋게 합격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이라는 늪에 빠져 본인의 색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잠시 늪에 빠져 몇몇 소중한 것들을 놓쳤지만,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다시 뉴비로
그렇게 길고 긴 취준생활을 끝내고 이제 0년 차 신입 개발자가 되었다. 회사 위치도 집에서 가깝고, 대우도 괜찮은 것 같다. 회사 최초로 M4 맥북이 지급된다는데 얼른 배송이 왔으면 좋겠다.ㅎㅎ
회사에서 아침, 점심이 무상으로 제공되는데 맛있어서 행복하다ㅎㅎ 밥값이 굳는 게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입사 1주차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폭설이 와서 재택근무도 하고, 처음 보는 도메인들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회사 문서를 계속 보는데 알아야 할게 꽤 많다..! 회사가 바쁜 기간이라 빠르게 적응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
회사를 다니며 첫 목표는 수습 기간을 잘 마치고 그 안에 생활 패턴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과 성장, 개인의 삶 세 가지의 균형에 대해 고민이 많다. 출,퇴근 시간과 아침, 점심, 저녁 시간 그리고 주말을 잘 배분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체력을 끌어올리고자 출근 이외에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하고 있다.
블로그 글을 보고, 또 아직까지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데브코스 동료들이 축하인사를 보내주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고 그들이 없었다면 좀 더 오랜 기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누구든 꼭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 행복했으면 좋겠다.
'개발 > 회고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니어 개발자의 2024년 인생 회고 (4) | 2024.12.31 |
---|---|
2024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 취준 회고 1편 (5) | 2024.11.24 |
[1일 1커밋 1년 회고] 1일 1커밋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0) | 2024.10.27 |
두 번째 컨퍼런스, 2024 인프콘에서 얻은 배움 (0) | 2024.08.03 |
성장의 이정표, 데브코스 프론트엔드 5기 수료 후기 (5) | 2024.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