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최근에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한창 대학을 다닐 때 등하굣길에 종종 웹툰을 보곤 했다. 그때 재미있게 보았던 웹툰 중 하나는 바로 중증외상센터이다. 얼마 전에 드라마로 나온 중증외상센터와 동일한 이름과 내용의 웹툰이다.
해당 웹툰은 내게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먼치킨인 등장인물이 있었지만 그만큼 현실에서 속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 문제점이 시원스레 해결되는 그런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나는 넷플릭스를 즐겨보지 않아 드라마 소식만 듣고 챙겨보지는 않았었다.
이번 설날 명절에 몸살이 걸려 꽤나 아팠다. 그 기간 동안 누워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드라마 소식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웹툰의 드라마 버전을 정주행 했다.
해당 드라마를 정주행 한 주 토요일에 아주대학교 도서관에 다녀왔다.
꽤나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나는 닥터헬기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주대학교에 재학을 한다면, 익숙할 것이다. 잦은 엠뷸런스 소리와 종종 들리는 헬기소리. 주변에서 병원으로 향하는 길을 묻는 사람들. 나 역시 20대를 아주대에서 재학하며 보냈기에 굉장히 익숙했다.
이번 토요일에도 학교 상공을 지나가는 헬기를 보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우선 시 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사실 이런 고민을 단순히 웹툰과 드라마 때문에 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에 나는 직장에 입사하여 개발자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그래서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가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삶에서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기 전에, 드라마 이야기를 조금 먼저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
🏥의사 백강혁은 어떤 것을 가장 우선시할까?
드라마나 웹툰을 보았다면 쉽게 답을 맞힐 것이다. 바로 환자의 생명이다. 비슷한 결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라는 대사가 기억나기도 한다. 백강혁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교과서에 없는 치료 방식은 기본이다. 라텍스 장갑을 잘라 파열된 심장을 임시로 땜빵한다던지, 의료용 드릴이 아닌 공업용 정과 망치로 두개내압감압술을 한다던가, 정황을 보고 절차 없이 장기 이식을 해버리기도 한다.
환자를 살리는 데에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는 폭행, 폭언이나 욕설도 서슴없이 한다. 헬기를 뜨지 못하게 간접적으로 방해한 기조실장을 패대기치거나, 수술실에서 환자를 살리는 데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즉시 폭언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너무 소설적인 요소였던, 직접 헬기를 조작하는 장면이나 용병단을 찾아가는 장면을 제외하더라도 백강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사수를 둔 양재원 선생(a.k.a 항문 or 1호)이 불쌍하긴 하지만, 만약 내가 환자라면 이런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드라마를 보며 그가 어떤 것을 가장 중요히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빌런들은 어떤가?
가장 큰 빌런인 기조실장의 경우 본인의 권력욕이 우선이었다. 환자의 이름도 모르고, 동료의 자녀가 다쳐도 병문안 한 번 가지 않는 모든 상황을 그저 이용하기에 급급한 그런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그런 장면들이 지금의 그를 기조실장 자리에 올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행동들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애초에 그래서 빌런이라는 단어가 부여되기도 한 것이고.
외과 과장 한유림과 병원장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들에게는 일련의 스토리가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이들을 보며, 개개인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는 본인에게 거대한 사건을 통해서 변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 회사에서 불편함을 해결해 줬지만,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있다.
회사에서 다른 팀원분의 PC를 수리해 드렸다. 말이 수리지 그냥 컴퓨터가 자동 업데이트 되면서 GPU 드라이버가 잘못 설치된 것이었고, 해당 드라이버를 재설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드렸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는 공식적으로 PC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가 있고, 내가 직접 해결해 드린 것이 이런 계약 관계에서 다소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이 있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다음에는 유지보수 업체 쪽으로 문의하도록 안내하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회사의 입장은 정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는 피드백받은 대로 해결할 예정이다.
다만,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가 있다. 해당 직원이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었고, 같은 조직원으로서 해당 직원의 빠른 업무 복귀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회사 전체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공식적인 프로세스와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고, 그에 따라 앞으로는 피드백받은 대로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내가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조직원의 업무 복귀보다 이해관계가 더 중요시해야 하는 가치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로서 취업을 하기 위해 내가 가장 많이 썼었고, 내가 가장 많이 봤었던 멘트는 `가치 있는 일`이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가치 있는 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많은 개발자들이 세상을 개선하고, 좀 더 효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링크드인에 보면 그런 개발자분들이 많다. 요즘 인스타나 틱톡, 쓰레드가 아닌 링크드인을 애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가 시간, 휴식 시간, 이동 시간에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아직도 나는 `가치 있는 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정의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정의 내리지 못했다기 보단, 그중 내가 몰입해서 추구할 수 있는 가치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에 보았던 중증외상센터 같은 드라마를 보면 의료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최신 AI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데서 오는 정보 격차를 해결해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비교/괄시 문화를 개선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주제들이 주어질 때마다 아래 세 가지 질문을 항상 스스로 생각해보곤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개발자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한 사람으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4번째로 하곤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이 세상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어떤 일을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 찾고 있는 중이다. 가치 있는 일을 정의하는 것보다 내가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겠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무형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더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인간이 존재해야 하고, 정신이 존재해야 물질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찾고 있는 `가치 있는 일`도 결국에는 이런 맥락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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