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밖의 출발
화요일 밤 팀원들과의 코어타임이 끝나고 피곤한 채로 할 일을 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렸다..!! 내일부터 며칠 간 내 방 앞에 있는 화장실 방수공사를 한다는 사실이였다!!
간단한 공사가 아니라 방수층부터 다시 수리하는거라 소음과 먼지 등 화장실 바로 앞 방을 사용하는 나에게 있어서 큰 시련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1인 카페나 주변에 조용한 카페들을 알아보았지만 아무래도 1~7시까지 계속 카페에 있는게 부담되기도 할 것 같고 팀원들과 말할때도 주변 소음이 흘러들어가는게 싫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소음을 매우 싫어해서...
그래서 생각난 것이 처음에는 에어비엔비를 통한 공유숙소를 구하는 것이였다..!! 사실 며칠 전에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유튜브를 봤어서 그런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고 저녁먹고 2시간이나 알아보았지만 금전적 부담이 너무 심해서 포기했다.. 그래서 결국 카페에 가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연락이 왔었는데 일정이 있어서 만나지 못한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났다!
이 친구는 대전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고 2룸에 방 컨디션이 짱짱 좋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났다. 또 대학원을 다녀서 나의 코어타임에는 이 친구도 학교에 있기에 꽤나 괜찮은 조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밤 12시가 넘은 시점에 문의한 결과 오라고 했다. 오히려 부탁한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던게 바로 오라고했다. 한치의 고민도 없이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나의 첫 디지털 노마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대전으로
바로 기차부터 예약했다. 코어타임의 시작이 1시부터라 그 전에는 가서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싶어서 조금 일찍 예약했다. 예매하고 짐 챙기고 이것저것하니 2시가 훌쩍 넘어서 바로 취침했다. 아 참 그리고 부모님의 쿨한 허락도 한 몫했다. 그래 너 가고 싶으면 가~ 가을이라 그런가..
그렇게 아침에 바로 서대전역에 왔다. 대전에 처음와서 느낀 후기는 차는 많은데 사람은 없다 였다. 뭔가 수도권은 차도와 인도에 모두 사람과 차량이 가득하지만 대전에는 차량은 많았지만 사람은 많이 없었다. 그리고 지하철 통과음이 새소리? 였던 것 같은데 뭔가 듣기 좋았다. 삑삑 소리 보다는 나았다. 그리고..지하철 노선이 몇개 없어서 그런지 초간단이라 매우 좋았다. 그렇게 친구네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친구랑 밥을 먹었다.
태평소국밥이라는 곳이였는데 되게 맛있었다. 양도 푸짐하고 육사시미도 쫄깃하고 맛있었는데 가격도 착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친구 차를 타고 한바퀴 돌고 나는 친구네 자취방에서 코어타임을 친구는 학교로 갔다. 둘 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땡땡이치고 싶었던 마음을 겨우 참았다ㅋㅋㅋㅋ
첫 날 코어타임에서 팀원들에게 이러한 얘기를 했더니 뭔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다들 쳐다보셨다ㅋㅋㅋ 공사한다고 집에서 친구자취방 왔어요! 하면 나 같아도 저런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첫날 코어타임을 잘 마쳤다. 강의 내용은 안드로메다급으로 어려웠지만
확실히 집중도 잘 되고 우리 집에 없는 와이파이6라 인터넷도 빠르고 조용하고 시원하고 너무 쾌적했다. 친구 덕분에 너무 편하게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은 수도권에서 먹기 힘들지만 충청, 전라권에서는 나름 유명한 다사랑 치킨을 먹었다!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듯(?) 나 역시도 치킨 매니아이고 경험해보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다사랑치킨!!! 치즈폭탄인 스파게티가 리뷰이벤트이다ㄷㄷ 리뷰이벤트 클라스가 다르다. 무난무난한 스파게티였는데 치즈가 많아서 좋았다. 치킨은 생각보다 음? 이였다. 따로 숙성을 한다고 들었는데 크게 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무난무난하게 맛있었고 닭강정도 무난했다. 주변에 있다면 돌아가면서 한번쯤 먹을만한? 그런 준수한 프랜차이즈 인 것 같다.
친구가 약속이 있어서 첫날은 축구를 보면서 혼자 먹었고 이후에는 공부했다. 데브코스는 빡세다 할게 많다. 이후 친구가 와서도 나는 TIL을 쓰면서, 친구는 논문을 보면서 얘기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도 공부 잘하는 친구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옆에 있으면 신기하게 공부하면서 대화가 된다. 그리고 옆에 있으면 나한테 막 물어본다. 난 생물, 화학에서 손뗀지 4년은 넘었는데...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과학얘기하니 좋았다.
최고의 스트레스 해결책, 음식
이후에도 비슷했다. 짧게 요약하면
친구랑 저렇게 맛난거 먹고
또또 먹고 며칠동안 저렇게 맛난거 먹으러 다니다가
공부하고 먹고 자고 공부하고 먹고 자다가...
마지막 날에!!
대전의 명물 성심당에서 빵만 5만원어치 넘게 사서 먹고 집에 가져왔다.
끝!
이렇게 나의 디지털 노마드(?)가 끝났다.
일은 아니고 학업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표현해도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마드가 유목민이라는 뜻이니까 뭐...비슷한 거겠지?? 나도 나름 취준활동중인거다..
간단하게 개인적으로 느낀 장점, 단점을 언급하고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장점
1. 집중이 잘 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데스크탑의 부재로 딴짓(게임, 유튜브)을 할 환경 자체를 차단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혼자 있었기에 간섭이 아예 없었다. 집에 있다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라이프타임을 어느정도 가족들과 맞춰야하기에 집중을 하다가도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여기서는 나 혼자여서 괜찮았다.
2. 재밌다. 맨날 집에서 하는 공부가 아닌 아예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 그리고 친구랑 같이 공부하고 또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는 것. 불편한 점도 분명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라 매우 재밌었다.
단점
1. 돈을 쓴다. 이번에는 친구네 집에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먹는거나 교통비 등 비용 지출이 은근 있었다. 만약 여기서 숙소비가 추가된다면...취준생인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2. 불편한 주변 환경. 나도 사람인지라 주변 환경이 바뀌니 불편한 점이 약간씩 있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또 내 물건들이 아니였기에 조심해야하고 신경써야했다.
3. 혼자 살아남기. 지정된 시간에 나 홀로 잘 일어나고 잘 수업을 들어야하고 또 잘 챙겨먹어야한다. 이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았으나 먹는게 계속 밖에서 먹고 배달시켜서 사먹으니 야채랑 과일을 먹기가 정말 어려웠다.
4. 쉬는게 아니다. 일 또는 학업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애초에 이동한 목적이 공부였다. 여행이나 휴식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첫날에는 이동하는 시간 때문인지 엄청 피곤했다. 이후에도 밥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갔지만 주변을 즐기지는 못했다.
장단점은 크게 이정도 인 것 같다.
뜻 밖의 일들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겨울에는 더 길게 또 가기로 했다ㅋㅋㅋㅋ 왜냐하면 정말 재미있었다! 얹혀사는 입장이지만 같이 무언가를 하면서 놀기도 하고 분야는 다르지만 같이 공부하는게 재밌었다. 그래서 또 가기로 했다ㅋㅋㅋ 대신 그때는 빨래랑 청소 좀 같이하고 집에서 뭔가를 해먹도록 해야겠다.(야채!!!!!!) 즐거운 경험이였다!
3줄 요약
1. 갑작스런 사정으로 친구네 자취방에 디지털 노마드하러 갔다.
2. 집중은 잘 되어서 목적한 공부랑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3. 단점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커서 또 갈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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